AI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시대, 생성형 AI와 대규모 연산 모델이 만들어낸 부작용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 처리량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전 세계는 다시금 ‘더 작고,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이라는 숙제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이처럼 과도한 연산 자원 소모와 전력 소비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팀을 만났다. 바로 뉴로모픽 기반 센서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나노라티스(Nanolattice)다.

나노라티스는 현재 ‘간질액(interstitial fluid)’을 분석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 분석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간질액은 혈액보다 덜 침습적이면서도 다양한 생체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차세대 비침습 진단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나노라티스의 분석기는 단순한 혈당측정기가 아니다.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간질액을 채취하고, 센서 내부에서 실시간 분석을 수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센서, 회로, 분석 알고리즘이 통합된 이 기기는 혈당뿐 아니라 젖산, 산소포화도, 염증 지표, 심지어 치매 관련 바이오마커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확장되고 있다.
이 모든 분석은 나노라티스가 자체 개발 중인 뉴로모픽 칩 기반에서 이뤄진다.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기반 반도체 기술로, 기존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팅과 달리 연산과 저장을 하나의 구조 내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SNN(Spiking Neural Network)이라는 방식으로 필요한 순간에만 작동하기 때문에 초저전력 동작이 가능하고, 엣지 환경에 최적화된 반응성을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IBM의 Truenorth, Intel의 Loihi, BrainChip의 Akida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고가의 칩 위주 설계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로 센서 기반의 의료기기나 웨어러블에 적용되기엔 한계가 있다. 반면, 나노라티스는 뉴로모픽 회로를 센서 수준에서 구현하고, 그 회로로 실시간 신호를 처리하는 분석 일체형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이 팀에서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기술의 확장성’이다. 나노라티스는 헬스케어 센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간질액 분석 기술을 시작으로, 센서가 스스로 연산하고 판단하는 Physical AI 기기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회로 구조와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I 엣지 가속기(AI Accelerator)로 확장할 계획이며, 이는 자율주행, IoT, 로보틱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노라티스는 뉴로모픽 칩 기술을 통해 기존 AI 시스템의 에너지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고, 헬스케어·로보틱스·웨어러블 등 인간 삶과 가장 밀접한 영역에서 더욱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AI 시스템을 구현하려 한다. 이 기술은 전력 사용을 줄이고, 하드웨어 진입장벽을 낮추며, 산업 전반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나노라티스가 기술의 본질에 집중하며, 더 작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AI의 다음 세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